땀은 이제 그만!!!

구대한의원 양재원

이번 여름은 몹시 더워 예년보다 땀이 많이 났다. 꺾이지 않을 것 같은 더위도 처서가 지나니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하다. 워낙 더운 여름에다가 비까지 많아서 한의학적으로 얘기하자면, 습열(濕熱)한 기운이 이번 여름을 대대적으로 지배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지쳐서 비위(脾胃)와 심장에 관련된 병도 많다. 비위(脾胃)가 약하게 되면 음식을 잘 섭취하기 힘들어 쉬 지친다. 입맛이 없다보니 찬 냉면, 국수류, 혹은 매운 음식으로 위를 자극하여 속까지 아파서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위가 아픈데, 입맛은 없고 그래서 밥을 못 먹으니 기운은 더 떨어진다. 더운 날이다 보니 땀을 많이 흘리게 되어 심장의 기능이 허탈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평소보다 심혈관계 질환 및 화병으로 인하여 고생하는 경우도 있고, 겨울철에나 있을 법한 중풍도 이번 여름에는 꽤나 많이 발병하였다.

이제 가을이니 땀은 그만 내는게 좋다. 해도 늦게 뜨니 새벽 운동하는 분은 꼭두새벽부터 나서지 말고 한 30분 늦추자. 체조 반 조깅 반 하고 있다면 체조는 그대로 하되 땀나는 조깅은 반으로 줄여보자. 조기 축구를 열심히 하고 있다면 스트레칭이나 준비운동을 적절히 하고 본 게임은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가을은 한의학적으로 수렴(收斂)하는 금(金)의 기운이다. 이 때에는 땀으로 인하여 기운을 발산하는 것보다는 땀을 내보내지 않고 차차 수렴하는 삶의 방식을 택해야 한다. 하지만, 땀을 많이 흘려야 운동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살찐 경우는 더하다. 그러나 살 빼려고 땀 뺀다는 것은 맞지 않다. 체중은 지방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땀은 수분이니 살이 빠질 리가 없다. 땀 빼고 물 한잔 마시고 나면 체중은 원상복귀되어 있고 기운은 더 빠져있다.

운동 전문가인 운동선수조차도 선수 생활을 얼마 하지 않아 은퇴하고 마는 것을 보라. 이 모두 단시간에 자신의 체력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운동 때문이다. ‘그런 걸 누가 몰라요? 그러나, 땀이 나도록 운동을 해서 에너지를 소모해야 체중이 줄지 않겠습니까?’라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다.

‘체중이 왜 늘었을까?’ 이는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공장의 기계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서다. 인체는 밥 먹은 걸로 영양과 기운을 만들고 그래도 남는 것이 있으면 지방으로 저장한다. 그러므로 과식하지 않으면 본디 살이 찌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몸의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으면 영양도 기운도 만들지 못하고 그냥 내버려 둔다. 그러면 이것들은 지방으로 대충 여기저기에 저장되어 버리고 만다. 그러니 많이 먹지 않아도 살찌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혹은 살이 잘 찌지 않는다고 해도 잘 먹고도 기운 못쓰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인체의 공장이 원활하게 잘 돌아가는 방법을 연구해야겠다. 운동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내부 기관들이 제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는데, 외부에서 열심히 하려고 한들 몸이 제대로 움직여줄리 없을 뿐 아니라 행여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금새 기운이 떨어져 운동 조금 하고 몸살이 나기 일쑤다. 어떤 사람들은 운동을 안하면 아프지 않는데, 운동만 하면 몸이 아파서 못하겠다는 사람도 많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2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심장을 편하게 해서 혈액순환이 왕성하게 되도록 해야 하므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긍정적으로 살아보자. 공장에서도 분위기가 좋고 콧노래가 나올 정도가 되어야 일이 즐겁고 능률이 오르지 않겠는가? 기분도 처지고 우울해 있는데 원기가 날 수가 없다. 힘은 더 없어지고 밤에 잠은 오지 않고 걱정과 원망과 불안, 초조로 몸을 더 녹슬게 만든다. 여름철 움직이면 땀만 많이 나고 심장이 허탈해지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둘째, 배를 따뜻하게 하자. 과도한 다이어트와 불규칙적인 식생활은 내장 장기들의 기능 이상을 가져왔다. 여성의 경우 속이 냉한 경우가 남성에 비해서 더욱 많아지고 남성들도 과도한 스트레스로 속이 차가워져서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경우가 많다. 배가 따뜻해서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고 섭취된 음식이 제대로 소화되어 온몸으로 가게 되면 팔다리의 기운이 넘쳐서 근력이 활발해지고 운동량이 증가하여 체중도 감소한다. 한의학적으로 비위는 사지 말단을 주관한다고 하였다.

여름은 이제 끝났다. 천지의 기운은 가을로 향하고 있는데, 우리의 몸과 마음은 아직 여름을 벗어나지 못하면 천지의 肅殺之氣(숙살지기: 가을의 대표적인 기운)를 받아서 건강을 해치게 된다. 항상 마음을 긍정적으로 가져서 심장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고, 비위기능이 상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과도한 땀으로 내부를 더 차갑게 만들고, 가을철 찬기운이 몸으로 음습하여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