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가을이 다가왔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무더운 여름이 어느새 지나고 추수와 풍요의 계절인 가을이 성큼 눈앞에 나타났다. 가을이 오면 대지가 건조해진다. 강수량도 여름에 비하면 매우 적고, 습도가 낮다. 이러다 보니 산의 낙엽들은 건조해서 자칫 불을 내기 쉽다.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다. 여름철에 비해서 많이 건조해지며 바깥 환경과 노출되는 피부와 점막이 가장 손상되기 쉽다. 우리는 어떻게 건조한 증상을 극복할 수 있을까?

우리 몸은 물이 70%를 차지한다. 그만큼 수분이 각 조직에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각종 질병과 불편함이 나타난다. 입술이 건조한 사람들은 가을이 되어 바람이 불기 작하면 입술이 터서 입술에 챕스틱이나 안티푸라민을 바르는데 여념이 없다. 눈이 건조한 사람들은 오후만 되면 눈이 뻑뻑해져서 안약을 달고 살며, 손발이 건조한 사람들은 정전기가 일어나서 물건을 만질 때마다 ‘찌릿찌릿’. 발이 건조한 사람들은 발뒤꿈치가 갈라져서 스타킹을 신을 수도 없고 목욕탕에서 발바박의 각질을 제거해야만 양말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피부가 건조한 사람들은 목욕탕에서 나오자마자 몸에 수분크림을 손에 가득 묻혀서 발라도 밖에만 나가면 얼굴이 당기고 피부가 가렵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오장육부(五臟六腑)와 천지의 기운(=육기(六氣))를 연관시켜서 해석하였다. ‘위오조(胃惡燥), 비오습(脾惡濕)’이라고 하여 위장은 건조함을 싫어하고, 비장은 습한 것을 싫어한다고 하였다. 음식물이 통과하는 위장은 건조하면 병이 생기기 쉽고, 위장에서 소화된 자양분을 몸에 순환시키는 비장은 습성물질이 있으면 탈이 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몸의 피부는 폐(肺)와 연관이 되어 있다. 한의학에서 폐(肺)는 항상 축축한 형태로 젖어 있다. 건조하면 병이 생기고, 그 병은 가을과 겨울에 잘 나타난다. 폐가 건조해지는 가을, 겨울철에 기침과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이 많은 것도 그 이유다. 폐가 약한 아이들에게 피부가 건조해져서 나타나는 아토피가 잘 발생한다. 피부를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폐의 기운을 보충해주어야 한다.

남성에게는 습한 것이 주로 문제가 되어서 나타나고, 여성에게는 건조한 것이 문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남성 생식기 병은 주로 낭습이라는 형태로 축축해서 문제가 되며, 여성은 질건조증 등의 형태로 건조해져서 병이 된다. 음주를 많이 하는 남성에게 간열(肝熱)은 습열(濕熱)의 형태로 습한 기운을 가지며, 간의 경락이 지배하는 생식기에 습열이 나타나서 사타구니와 생식기가 축축하게 된다. 여성의 경우 폐경이 지나면 몸의 진액이 말라서 각종 점막의 건조증이 나타나며 생식기가 건조해져서 질건조증, 성교통 등의 형태로 부부생활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한의원에서는 건조한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 장부와 기관 그리고 전체를 나누어서 치료를 하게 된다. 피부에 나타나는 건조증은 폐의 경락을, 생식기는 간의 경락을, 입술은 위의 경락을 손발은 국소적인 조직에 직접 치료를 하게 된다. 한의원에서는 장부와 몸에 윤(潤)을 공급하기 위해서 한약과 녹용 약침을 사용하여 치료한다. 건조한 기관에 윤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녹용약침을 사용하고 진액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한약을 처방한다. 전신이 많이 건조하고 체력이 약한 경우는 몸의 척추를 따라서 약침을 놓아서 각 장부에 윤을 공급하여 장부의 기운이 먼저 올라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과 사람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물을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조직이 필요한 수분을 제대로 공급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피부가 건조하다고 물을 피부에 갖다 부을 수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각 조직은 물의 형태를 띈 자양분인 윤(潤)을 공급해주어야만 건조함을 느끼지 않는다. 가을이 되면 만물이 건조하듯 사람의 나이가 중년에 접어들면 건조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편함을 계속 참다가는 삶의 질도 떨어지고 그것이 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번 가을은 건조함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