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올해까지 국민들을 힘들게 하는 해가 또 있을까?’ 여름은 어찌 그리나 많이 더웠을까? 내수경제는 이보다 더 추울 수 없을 정도로 얼어붙었다. 사람들의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다. 특히나 올 여름처럼 더운 날씨로 인해 몸이 상하게 되면 가을철에는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들에게 올 겨울은 조심해야할 때이다.

한의원에 벌써 중풍과 구안와사로 내원하는 환자의 수가 갑작스럽게 증가했다. 평소의 가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번 혹서기와 경제적 상황으로 인한 몸 돌보기의 부재, 스트레스의 증가 등으로 인한 면역력의 저하로 인한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우리 몸은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자율신경의 지배로 기능을 유지한다. 소화를 시키고, 호흡을 하고, 놀라면 눈동자가 커지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더우면 땀이 나는 등 제반의 기능들은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균형으로 조절이 된다. 어느 하나도 항진되거나 저하되지 않는 균형적인 상태가 자율신경의 조절상태이며 면역력이 잘 작동하는 단서가 된다. 그러나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작용하면 이 균형이 깨지고 교감신경이 우위를 차지하게 되면서 백혈구의 균형을 무너뜨려 몸 안의 면역력을 저하시킨다.

대부분의 경우 질병을 일으키는 토대는 스트레스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를 제거하지 않으면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없다. 약을 사용하여 일시적으로 증상을 억제할 수 있다해도 스트레스가 그대로 남아 있는 한 질병의 뿌리는 제거할 수 없다. 그리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강한 약 자체가 신체의 세포에 스트레스를 작용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난치병이란, 외부에서 무엇인가 나쁜 존재가 들어와서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켜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면역을 이해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백혈구의 자율신경조절장애를 이해하면 질병의 원인은 우리 몸안에 존재하는 것, 우리의 생활 그 자체가 난치병의 원인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 면역은 위기(衛氣)의 흐름으로 이해를 한다. 몸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위기(衛氣)의 기능도 약해지고 몸은 자주 사기(邪氣)에 노출되며 질병을 앓게 된다. 한의학에서 칠정(七情)과 사기(邪氣)가 대표적인 질병의 원인으로 본다. 여기서 칠정(七情)이란 바로 스트레스를 의미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해당이 되지만 잦은 질병과 투약, 낯선 환경, 기후변화 등은 모두 스트레스의 범주에 포함이 된다. 이는 몸의 세포 면역기능을 떨어뜨리고 전체적인 몸의 면역저하를 야기한다. 면역저하는 곧 질병으로 몸을 무너뜨린다. 면역이 약한 사람은 질병이 발생했을 때 떨치고 일어나기가 힘들며, 투약으로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답은 면역력을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의학은 면역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한의학의 기본원리는 “虛則補, 實則瀉(허즉보, 실즉사: 기운이 약한 것은 보충하고, 넘치는 것은 깎는다.) 이는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길항작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면역력이 떨어진 장부의 기능을 살펴서 보충할 것은 보충하고, 넘치는 곳은 기운을 내려야한다. 보약은 단순한 의미의 약이 아니라 기운과 면역력을 보살펴서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돌보는 것이다. 단순히 인삼, 녹용을 먹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장부의 허실을 정확히 살펴서 면역력을 극대화시키는 작용을 하도록 만들어서 개인의 몸에 정확하게 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 몸이 바로 그러하다. 기운이 약해지고 면역이 떨어질 때 보충을 못해주면, 몸은 극도로 허약해져서 질병에 노출되기가 쉽다. 질병에 한 번 노출되기 시작하면 몸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진다. 노약자의 경우 그 정도는 더 심하고 빠르다. 몸과 소통하는 자연은 올해의 기운이 불안정한 것을 보여줬다. 몸의 정미로운 기운 역시 천지의 기운과 움직임을 함께하는 것이므로 많이 불안정하다. 한의원에 내원하여 약해진 몸을 잘 보충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