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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작가의 망우리 이야기-22 한국 근대 서예의 야외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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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2.01  16: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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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우리역사문화공원조성자문위원회 MP(총괄기획가)

망우리공동묘지의 기간(1933~1973)에 들어온 근현대 유명인사의 묘역에는 당대 유명 서예가의 글이 새겨진 비석이 많다. 망우리역사문화공원은 우리 근대 서예의 야외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특색 있는 몇 개만 소개한다.

위창 오세창(1864~1953)은 당대 최고의 서예가였다. 소파 방정환의 묘비(1936)에 ‘동심여선(童心如仙, 어린이의 마음은 신선과 같다)’이라는 글을 썼다. 위창은 손병희와 함께 천도교 대표로 3.1운동 33인에 함께 참여하였고 소파는 손병희의 셋째 사위이기에 인연이 깊다.

소파 묘역 우측에 세워진 비석(1983)은 경남 함양 출신의 아동문학가요 서예가인 월정 정주상(1920~2012)이 썼다. 서예 교과서를 집필하였고 우리나라 최초의 서예 잡지 『월간 서예』를 창간하였다.

‘경서노고산천골취장비(京西老姑山遷骨聚葬碑)’는 서울 서쪽 노고산(서강대 뒷산)의 공동묘지를 택지로 개발하면서 무연고 묘를 옮겨 장사지내고 1938년에 세운 비석이다. 아래의 직사각형 돌판에 새긴 비문 후단에‘수양산인(首陽山人)(해주 오씨를 말한다) 오세창 예(隸)’라 하여 위의 제자를 위창이 예서로 썼고, ‘부춘산인(富春山人)(경주 김씨) 김흡(金恰) 근서(謹書)’라 하여 비문은 김흡(金洽)이 썼다고 새겼다. 석산 김흡은 함북 부령군 출신의 한학자이며 서예가였다.

오세창의 비문 앞면은 제자 소전 손재형(1903~1981)이 쓰고(篆, 전서), 좌우후면은 여초 김응현(1927~2007)이 썼다. 한자와 한글이 섞여 있는데, 한자는 육조체(六朝体)이고 한글은 정음체이다. 김응현은 만해 한용운의 비문도 썼다. 1960년대 국전의 권력자로 칭해지는 손재형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김응현이 함께 큰 스승 오세창의 비문을 나눠 쓴 것이 의미 깊다.

서도를 서예로 개칭한 손재형은 또한 도산 안창호의 비문 앞면을 쓰고, 손재형의 제자 원곡 김기승(1909~2000)이 좌우후면을 썼다(이광수 지음). 김기승은 흥사단 단원(1026번)으로 도산과의 인연도 깊다. 김기승은 보사부장관 오한영(오긍선의 장남), 장덕수·박은혜 부부의 비문도 썼다.

개신유학자이며 설의식의 부친인 설태희의 비문은, 김응현의 숙부이며 성균관장을 지낸 창애 김순동(1898~1972)이 쓰고 전(篆, 제자)은 위창 오세창이 썼다. 문일평의 비문은 정인보가 짓고, 추사 김정희의 비문(1937)도 쓴 죽하 김승렬이 썼다.

김응현의 두 살 위 형인 일중 김충현(1921~2006)은 조봉암 비석의 앞면에 ‘죽산조봉암선생지묘’이라고 썼다. 고인이 1959년 국가보안법으로 처형당해 좌우후면에 아무런 글을 쓰지 못했던 사연이 있다. 또한, 강소천의 비석 앞면에 대표작 「닭」을, 후면에는 박목월 시인의 추도사를 썼다.

애국지사 김승민의 비문은 손재형의 제자 학남 정환섭(1926~2010, 한국미술협회장), 소설가 김말봉과 김이석의 비문은 동국대 교수와 예술원 회원을 지낸 시암 배길기(1917~1999), 애국지사 박찬익의 비석(1964)은 동탁 조지훈의 글을 어천 최중길(1914~1979)이 썼다.

그리고 전문 서예가가 아닌 분들의 글씨를 살펴보자면, 민의원 현포 이병홍의 비문은 애국지사요 국회의장을 지낸 해공 신익희(1894~1956)가 썼다. 해공의 글씨는 마치 호랑이가 날아가는 듯한 기운이 느껴지는 서체다. 그리고 시인 박인환의 묘비는 소설가 송지영(1916~1989)이, 가수 차중락의 묘비는 맏형 차중경이, 여성운동가 이경숙의 비문은 호수돈여고 스승 유달영(1911~2004)이 썼다.

주요 비문을 탁본하고 스토리를 적어 예술의전당 서예관에서 크게 전시한 후에, 중랑구에 박물관이 세워지면 상설 전시할 것을 제안한다.

   
▲ 방정환 묘비, 오세창의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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