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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작가의 망우리 이야기 25- 호랑이가 나타났던 망우리와 아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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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2.07  17: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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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90년대 비디오를 틀면 가장 먼저 나왔던 공익광고인데, 불법·음란 비디오 시청을 동급으로 강조한 것은 비약이 심하지만, 앞부분은 맞는 말이다.

망우리에 계신 지석영 선생의 종두법 도입 이전에는 아이들의 마마(천연두) 치사율은 30%를 넘나들었고 전쟁 때 아이의 생명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호환은, 근대에도 평북 선천에서 잠자는 소녀를 호랑이가 물어갔다는 기사, 황해 황주에서 호랑이가 아이를 물어가 잡아먹었다는 기사(동아 24.08.26, 27.07.24)가 보일 정도로 어린이에게 무서운 재앙이었다.

1392년(태조 1년) 성안에 호랑이가 들어와 쏘아 죽였다는 기록을 비롯하여 조선 시대 기록에는 호랑이 출현 기사가 적지 않다.

가장 놀라운 것은, 1701년(숙종 27년) 12월 23일 승정원일기에서, 강원도에서 최근 6, 7년간 307명이나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고 강원감사가 보고했다는 기록이다.

망우리와 아차산에도 호랑이가 종종 나타났다. 인접한 구리시 갈매동은 호환이 많아 ‘호랑이 안방’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아차산은 망우산, 용마산까지 포함한 망우리의 ‘마을 산’이었다. 조선왕조실록 등에 나온 기사 몇 개를 골라 쉽게 고쳐 쓴다.

1465년(세조 11년) 12월 3일, 동교(東郊)에 범이 들어왔다고 하여, 임금이 보제원(안암동)에 거둥(임금의 나들이)하여 종친과 재상을 불러 술자리를 베풀고(호랑이 출현은 경사?), 아차산 아래로 거둥하여 호위 무사들을 좌우로 포위하게 하였으나 잡지 못하였다.

1784년(정조 8년) 11월 3일, 훈련도감이 아뢰길, 경성(京城)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나운 호랑이가 있어서 군사들을 보내 아차산 아래까지 쫓아가, 한 명이 먼저 총을 쏘았다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고 다른 두 명이 뒤이어 쏘아서 잡았다고 하였다.

임금은 죽은 포수의 장례를 각별히 돌봐주고 두 포수는 포상하고 호피(虎皮)는 본영에서 처리하라고 명하였다.

1793년(정조 17년) 11월 7일, 병조가 아뢰길, 어느 대기병이 이달 6일 망우리 근처에서 중간 크기의 호랑이 한 마리를 사사로이 사냥해서 잡아들였기에 정규군 동등의 급여로 올려주기를 청하였다. 가죽은 장수에게 주라고 임금이 명하였다.

1794년(정조 18년) 2월 13일, 어영청이 아뢰길, 동교에 사는 본청 군사들이 아차산 근처에 호환이 있다는 말을 듣고 함께 가서 호랑이의 자취를 추적하여 중호(中虎) 한 마리와 소호(小虎) 한 마리를 잡아서 바쳤기에 규정대로 군사를 포상하겠다고 하였다.

1798년(정조 22년) 7월 16일, 장용영과 어영청이 아뢰길, 양영(兩營)에서 총을 잘 쏘는 포수 등이 아차산에서 사냥하여 새 고개 근처에서 중호 한 마리를 잡아 바쳤다고 하였다. 1800년(정조 24년) 4월 17일, 어영청이 아뢰길, 살곶이 마장 근처에서 호랑이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아차산 아래에서 작은 표범(小豹) 한 마리를 잡아 바쳤다고 하였다.

1804년(순조 4년) 11월 18일, 어영청이 아뢰길, 군사가 철수하고 돌아오는 길에 망우리 근처에서 또 대호 한 마리를 잡아 도합 세 마리를 잡았다고 하였다.

이렇게 종종 호랑이가 나타나던 아차산은 임금과 왕자가 자주 찾는 사냥터였다. 그러나 조선 후기부터 나무가 사라진 헐벗은 산이 되었고 연이은 일제의 공동묘지 조성으로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1973년의 묘지 폐장 후 지속적인 공원화 작업으로 다시 숲을 되찾은 요즈음, 망우리공원의 숲길을 돌아다니다 보면 갑자기 푸드덕 꿩이 날아오르고 투다닥 고라니가 뛰쳐나간다.

숲에서는 희귀종이 된 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도 들려온다. 2016년 망우리고개에 건설된 낙이망우교는 생태 통로가 되어 북쪽 산맥에서 천연기념물인 산양이 용마산까지 내려왔다. 작년 중랑구는 산양에게 ‘용마돌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친환경녹색도시를 어필했다. 호랑이는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봄날의 벚꽃과 아카시아꽃,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이 아름다운 숲속에서의 산책은 망우리공원에서 얻는 또 하나의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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