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사경찰관으로서 ‘헌법 개정’과 관련하여 한마디!

중랑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장 정순채

헌정 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5월 대통령선거와 각 정당들의 헌법 개정안 움직임, 그리고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횟수의 증대 등 굵직한 국내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현재가 바로 숨가쁜 격동의 대한민국이다.

헌법은 그동안 9차례 걸쳐 개정이 되었으며, 이번의 개정은 1987년 10월 29일 이후 30년 만에 언급이 되고 있다. 헌법은 국가의 통치조직과 작용의 기본원리 및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 규범이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헌법 중, 제2장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 신체와 자유’와 관련하여 법12조 제3항 및 제16조는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영장주의’를 명기하고 있다. 그래서 법관의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서는 검사의 신청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경찰의 모든 영장신청은 검사를 경유하고 있다.

위 조항과 관련하여 지난 3월 14일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조항을 삭제하자”는 안을 제시했고, 19대 대선 유력주자들이 공수처 신설,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을 견제하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는 등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는 상황이다.

헌법상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절차는 입법사항에 불과하여 ‘영장주의’의 본질이 아니다. 영장주의는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은 중립적인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야 한다’는 강제처분의 법관유보를 의미한다. 영장발부 주체를 법관으로 규정함으로써 헌법상 영장주의를 통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핵심은 달성된다. 따라서 영장청구권을 누구에게 귀속시키느냐의 문제는 기본권 보장과 필연적 관련이 없는 사항이며, 국회 등 입법자가 구체적인 국가사정을 고려하여 정할 입법사항이다.

또한 영장청구권의 ‘검사 독점’은 권력분립을 통한 인권보장의 헌법정신에 조화롭지 못하다. ‘검사 독점’이 더 인권 보장적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명확한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경찰수사에 대한 검사의 독점적 관여권한의 헌법적 근거가 기능함으로서 ‘권력분립’의 헌법이념에 배치된다. 법원행정처의 자료에 의하면 2015년 검찰이 직접 청구한 영장 기각률은 23.4%로서 경찰의 영장 신청 기각률 16.7%로서 보다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찰의 인권 보장과 관련한 법원의 평가이다.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은 경찰수사의 적법성 통제보다는 경찰수사의 무력화나 검사의 수사지휘권 강화의 권력적 기제로 활용되어 영장청구권 행사의 오․남용을 통한 사법정의 왜곡도 심각하다. 2013년 성접대 등 불법로비 혐의로 前법무부 차관이 출석 불응함에도 경찰이 신청한 체포영장을 불청구한 사례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검사의 자의적 영장불청구가 오히려 더 큰 문제로 ‘제식구 감싸기’나 ‘전관예우 의혹’ 등이 제기되어 사법 불신 가중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형사사법체계를 새롭게 구성함에 있어서 ‘검사 독점’이 아닌 기능적 권력분립을 실현할 수 있는 여지를 입법자에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 헌법상 검사 독점적 영장청구권 조항은 5․16 이후 국회의 의결이 아닌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결정하여 도입과정상 투명하지 못한 점이 있고, 이후에도 진지한 국민적 논의를 거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경찰은 차기 헌법에서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삭제되고,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수사와 기소가 분리될 것을 대비하여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향상시키고, 국민 권익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내부 수사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경찰관이 공정하고 당당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제고하고, 수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갖가지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영장의 효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때문에 사법경찰관에게 법원에 직접 영장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고 하더라고 국민의 인권유린 폐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영장주의’ 취지를 방해할 장애는 없다. 헌법상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영장청구권 주체에 관하여는 입법 정책적 결단에 위임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래서 제도로 뒷받침해야만 진정한 ‘영장주의’의 본질이 살아날 것이다.

○ 서울중랑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장 정순채

(전화 : 2171-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