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기능성 장애라는 말은 어디가 확실히 아파서 병원의 검진을 해보니 질병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환자는 괴로움을 호소하는 증상을 말한다. 아래 글은 ｢Dr. 홍혜걸 기자의 의사들이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 건강이야기(중앙일보 새천년(주))｣에서 인용하였다.

“자리에 눕기만 하면 엉덩이나 어깨 등 피부가 바닥에 눌리는 부위에서 형용할 수 없는 불쾌한 자극이 느껴져 이를 피하기 위해 뒤치닥 거리느라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습니다. 바닥에 부드러운 요를 깔아보았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불쾌한 피부감각이 발작적으로 시작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감으로 몇 시간이고 시달립니다. 피부는 멀쩡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엇인가 항상 목에 음식물이 걸려있는 듯한 답답한 느낌이 듭니다. 물을 하셔도 소용없고 기침이나 심호흡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비인후과를 찾아 목안을 검사해봤지만 아무것도 없다고 합니다. 의사는 신경성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지만 저는 답답해 죽을 지경입니다. 오죽하면 칼로 목을 후벼왔으면 하는 생각도 들 정도입니다.”

“항상 속이 더부룩하고 체한 듯 답답합니다. 의사가 시키는 대로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조금씩 먹어보았지만, 증상은 계속됩니다. 소화불량으로 생각해 소화제를 서너 알 씩 복용해봤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위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 소견도 없다고 합니다. 암이나 궤양도 아닌데 이렇게 위장이 괴로울 수 있습니까? 하도 답답하다보니 차라리 암이나 궤양처럼 칼로 도려내듯 쓰리고 쑤시듯 아파봤으면 오히려 시원할텐데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느 병원을 찾아도 마찬가지인데 무슨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필자가 독자로부터 받은 메일 중 일부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무슨 증상이 상당히 특이하다는 점에 공감할 것이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흔히 접하는 질병의 증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병은 꾀병이 아니다. 실제 죽을 것 같이 괴로우므로 이곳저곳 용하다는 병원을 찾아 전전긍긍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아보지만 대부분 정상으로 나온다. 그리고 이것이 이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정상인데 왜 괴로운지 궁금한 것이다.

독자들은 필자가 ‘아프다’라는 표현대신 ‘괴롭다’란 표현을 사용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대부분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통증을 호소하진 않기 때문이다. ‘아프다’라기보다는 ‘답답하다’는 표현이 이들의 증상에 가깝다. 무엇인가 쥐어짜거나 억누르는 듯한 둔탁한 괴로움인 것이다. 이러한 증상은 의학 교과서에도 제대로 기술되어 있지 않다. 의사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신경성이니까 신경 쓰지 말라며 신경안정제 서너 알을 처방하는 의사로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환자는 이러한 의사의 태도가 못마땅하며 이내 다른 의사를 찾아 닥터쇼핑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