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진료수익을 올릴 절호의 기회로 악용하는 일부 의사들이다.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검사라는 검사는 덕지덕지 갖다 붙인다. 물론 대부분 정상이다. 그러나 이를 무마할 수 있는 그럴듯한 진단명을 붙인다.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큰일도 날 수 있다는 것 위협하기도 한다.

일부 한의사들은 기혈순환이 잘못됐다느니 하는 어려운 용어를 동원해가며 구실을 붙여대기도 한다. 이들에겐 대개 특별한 비방이나 치료가 제시된다. 물론 상당한 고가다. 신기한 것은 이처럼 악의적인 의사를 만날수록 환자의 만족도는 높아진다는 것이다. 환자는 비싼 돈을 치르고 산 비방에 대개 만족한다. 실제 증상도 좋아진다. 일종의 자기 암시 효과다. 그러나 조금 지나면 증상이 재발해서 다시 병원을 찾게 된다. 영악한 의사는 대부분 빠져나갈 구멍을 미리 만들어둔다. 일부러 실천하기 어려운 지시를 내린다. 그리고 약을 시간에 맞춰 정확하게 먹었는지 아니면 하지 말라는 무슨무슨 행위를 했는지 따져 묻는다. 한 가지라도 잘못된 것이 있으면 그것이 곧 재발의 이유가 된다. 잘되면 의사 탓이고 못되면 환자 탓인 셈이다.

1932년 세포 속을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는 전자현미경이 독일에서 처음 개발됐다. 당시 전 세계 의학계는 쾌재를 불렀다. 암이나 심장병 등 인류를 괴롭혀온 갖가지 난치병을 이제야 속 시원히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암세포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그리고 병은 심장의 내부를 샅샅이 살펴보면 원인이 무엇이며 치료가 무엇인지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으리란 기대였다. 그러나 결과를 참담한 실패였다. 세포 속으로 파고 들어가면 갈수록 과학자들의 머리는 명쾌해지기보다 복잡해지기만 했다. 개체 (organism)에서 장기 (organ)로, 장기에서 조직 (tissue)으로, 조직에서 세포 (cell)로 세포에서 세포내 소기관 (organelle)으로, 세포내 소기관에서 단백질 덩어리 (protein)로, 단백질 덩어리에서 아미노산 (amino acid)으로 아미노산에서 펩타이드 (peptide)로, 펩타이드에서 분자 (molecule)로, 분자에서 원자 (atom)로, 원자에서 소립자 (elementary particle)로, 쪼개면 쪼갤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복잡다단한 산물들이 핵분열 하듯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첨단의학의 시대에도 수만 가지 분자 단위의 물질이 세포 안에서 수행하는 화학작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만 해도 1백조 개나 되니 분해와 조립이나 구조적 접근방식으로 생명현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다.

구조를 중시하는 서양의학의 결정판은 2000년 완성된 인체지놈 사업 (Human Genome Project)이다. 인체의 유전자를 결정짓는 30억 쌍의 염기서열을 순서대로 모조리 밝혀내는 이 작업으로 적어도 인류를 구조적으론 자신의 몸에 대한 설계도를 완벽하게 획득한 셈이다. 그러나 인체지놈 사업의 완성은 난치병 극복을 위한 단초는 될지언정 이로 인해 눈에 띄는 가시적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위의 글의 전문을 인용한 이유는 필자가 일부만 인용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오해를 풀고, 글자 하나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솔직하고 독자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내용이었기에 부득이하게 전문을 인용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