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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작가의 망우리 이야기-32, 망우리를 찾아온 선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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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5.31  1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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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우리공동묘지 1977. 국가기록원)

숲이 없어 황량하기 그지없었던 공동묘지 시절에도 대학생이었던 필자가 망우리를 처음 찾아갔던 기억을 가슴에 깊이 새겼듯, 망우리공원은 과거 공동묘지 시절에도 많은 문화인이 찾아왔던 인문학공원이었다.

명동백작이라고 불린 소설가 이봉구는 후배 박인환 시인의 묘를 자주 찾으며 단편 「선소리」를 남겼다. 고인의 설움을 발과 소리로 달래주는 선소리꾼의 이야기다. 봉분의 흙을 발과 막대로 달구질하며 부르는 노래가 선소리다. 박인환의 묘에서 “이팔청춘 호시절에/ 너는 어이 홀로 갔노/ 워허엉 달고옹” 하며 발로 흙을 다져 주었다.

흥사단원으로 서울대 총장을 지낸 장리욱은, 60년대 후반, 망우리 도산 묘를 이전해야 한다는 많은 이들의 주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명당은 결국 사람의 마음의 문제요, 지리적 문제는 아니다. 지금의 망우리도 명당이 될 수도 있다. 명당은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다.”(『도산의 인격과 생애』).

언론학회장을 지낸 최정호 선생은, 파리에서는 시인 하이네의 무덤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해 놓았는데, 외국의 누가 망우리 이중섭의 묘를 어떻게 찾을 수 있겠느냐고 한탄하였다(1982.08.31. 조선일보). 망우리 이중섭 묘를 찾아가는 이정표는 2016년에야 처음 세워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지금은 이해되지 않는 문화 후진국의 모습이었다.

법정 스님의 수필집 『무소유』에 「종점에서 조명을」이라는 글이 있다. 자신의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았으면 하는 어떤 사람을 데리고 법정은 망우리로 갔다. 그의 삶을 죽음 쪽에서 조명해 주었다.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 속에서 심화(자기성찰)의 계기를 묘지에서 찾을 수 있다고 법정은 말했다.

유홍준 교수는 오래전부터 학생들을 데리고 자주 망우리공원을 찾았다. 문화재청장 재직 시절인 2006년 3월 문화재위원들과 함께 찾아와 공원 전체를 문화재로 등록하자는 의욕까지 표명하였다. 일면식도 없는 필자의 졸저 『그와 나 사이를 걷다』(2009)에 추천사를 써 주었는데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처럼 산과 숲과 산책길이 어우러진 공동묘지는 없다”라고 하였다.

책의 후기를 써 준 전 서울대 교수, 풍수학자 최창조 선생은 경기고 다닐 때부터 망우리묘지를 자주 찾았는데 어머니 젖무덤처럼 푸근함을 느꼈다고 한다.

승효상 건축가는 서울시 총괄건축가 시절인 2014년, 직접 망우리 사잇길 용역의 중간보고를 받았을 정도로 관심이 많다. 그는 수필 「죽음의 형식」(2011.03.19., 이로재)에서, 망우리묘지를 ‘가장 아름다운 죽은 자의 도시’로 만들어 죽음이 늘 우리 속에 있어 우리의 삶이 오히려 아름다워지면, 우리의 도시도 천박한 욕망에서 벗어나 모여 사는 경건함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빠 김상용 시인을 찾아 「망우리」 시조를 남긴 김오남을 비롯하여 많은 시인이 망우리를 찾았다. 그중에서 필자는 나종영의 「망우리에서」, 강승남의 「망우리」, 권달웅의 「망우리 길」이라는 시를 뽑아 책의 초판본에 실었다.

조선 초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600년 동안 ‘망우리’는 문화사에서도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망우리가 주제가 되거나 배경이 된 모든 글을 찾아내서 책으로 펴내는 것도 지역학 연구의 중요한 과제다.

선배들의 발길이 만든 길을 필자는 따라갔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 길 없는 길까지 돌아다녔다. 전체적으로 정리하고 의미를 밝히는 일은 반드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이제는 지자체 중랑구가 망우리공원과까지 만들어 공원을 돌보고 가꾸고 있으니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죽노라 애들썼오 울멍줄멍 저무덤아

한많든 그심경을 뉘맡기고 갔단말요

찾아도 자최없으니 허공만이 남구려

(김오남, 「망우리」 제2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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