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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작가의 망우리 이야기-37 쓰러진 비석을 바로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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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8.17  14: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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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김구 주석의 측근이었던 남파 박찬익(1884~1949, 독립장)의 묘는 1993년 현충원으로 이장되었지만, 부부의 허묘가 남아 있고 비석 두 개가 서 있다. 작은 것은 1949년 별세 당시에, 큰 것은 1964년 아들 박영준이 세웠다. 큰 비석의 비문은 시인 조지훈이 지었는데 맨 마지막 글은 망우리공원 최고의 명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깊이 감추고 팔지 않음이여 지사의 뜻이로다. 한 조각 붉은 마음이사 백일(白日)이 비치리라”

그런데 큰 비석은 윗부분에 접합한 흔적이 있고 갓머리도 새것이다. 필자는 2009년 4월 『그와 나 사이를 걷다』 초판을 출간하고 망우리 위인들을 찾아가 일일이 인사를 드렸다. 박찬익 묘에 찾아가자 웬걸 비석이 앞으로 쓰러져 두 동강이 나 있는 게 아닌가. 소중한 독립지사의 비석이 쓰러진 채 방치되어 있다니! 관리사무소에 알렸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2014년 2월 망우리를 찾아온 머니투데이 기자에게 그 모습을 보여줬다. 젊은 여기자는 “헐!”이라고 내뱉었다. 기자가 쓴 ‘95주년 3.1절, 버려진 독립지사들의 묘비’라는 제목의 기사는 3월 1일 스마트폰 네이버 탑 기사로 올라가 댓글이 7백 개 이상 달렸다. 서울시(시설공단)는 부랴부랴 2주 만에 복원공사를 수행했다.

독립지사 계산 김승민(1872~1931)은 1994년 현충원 이장 후에 비석을 땅에 묻고 갔다. 2016년 9월, 한국내셔널트러스트(NT)의 김금호 사무국장은 소설가 최학송 묘 뒤편의 숲속에서 흙 속에 묻힌 비석을 발견했다. 이름이 적힌 앞면의 한문 글씨가 심상치 않았고(서예가 학남 정환섭의 글) 뒷면에는 ‘대통령이…(훈장을)’라는 글이 보였다. 이름을 검색하니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한 김승민 선생으로 1990년 애국장 서훈을 받았다.

크레인이 못 들어간다는 둥 공사가 어렵다고 하기에 NT 망우분과위원장 명의로 서울시설공단에 복원 요청의 공문을 보냈다. 이제나저제나 회신을 기다렸는데 어느 날 현장에 가보니 글쎄 비석이 바로 세워져 있는 게 아닌가. ‘관리의 책임은 개인에게’라며 매번 법적 근거 없는 업무를 시키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정의 표현이었던가. 2022년 봄, 손녀분이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이 사실을 알고 NT에 감사의 마음을 전해주었다.

경서노고산천골취장비는 서울 서쪽 노고산(서강대 뒷산)의 공동묘지를 없애며 무연고 묘를 이곳에 합장하고 세운 비석이다. 비석 아래 돌에 한문이 가득한데 위의 제자(題字)를 쓴 이가 오세창이라 적혀 있다. 몇십 년간 그 돌은 떨어져 마치 상석처럼 누워 있었다. 2014년 서울시 용역보고서 제출시 복원을 요청했는데 2019년 가을에 복구되었다.

쓰러진 독립지사의 비석을 바로 세우는 일은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기본적인 행위인 것이다.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독립지사의 비석조차 바로 세우는 일이 힘들었는데 2021년 공원관리권이 중랑구로 넘어온 후로 이 점은 개선되었다. 하기 두 건의 과업은 중랑구청이 수행했다.

사회주의계 독립운동가 김사국(1892~1926)과 박원희(1898~1928) 부부는 뒤늦게 독립지사 서훈을 받고 2012년 현충원으로 이장되었다. 김사국 모친 묘 옆에 박원희의 비석이 서 있었고, 비가 많이 온 날에는 묘 앞쪽에 묻힌 김사국의 비석이 가끔 드러나곤 했다. 2022년 봄에 바로 세웠는데 깨진 윗부분은 찾지 못했다.

함북 성진의 3.1운동을 이끈 애국지사 강학린 목사(1885~1941)는 2003년 현충원으로 이장되고 그 자리에 추념비가 서 있었다. 비석 옆면에는 후손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손자 용설의 자식으로 의철, 수지(修智), 수철이 보인다. 수지는 가수 강수지를 말한다. 즉 강학린은 강수지의 증조부다. 2021년 전수조사시 가보니 앞으로 쓰러져 있었다. 2022년 봄에 바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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