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대한의원 양재원 원장

누구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긴장을 할 수 있다. 조절가능한 긴장은 집중력을 높여서 일의 효율을 높여줄 수 있다. 하지만, 긴장으로 인하여 효율이 떨어지고 신체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면 치료를 해야 한다. 시험때만 되면 긴장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를 일컬어 시험긴장증이라고 한다. 시험점수는 당일 컨디션에 따라서 2~3% 정도 차이가 난다. 컨디션이 좋다면 평소보다 조금 더 잘 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약간의 하락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5% 이상으로 차이가 난다면 이것은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병이다. 수능을 예로 들어보자. 500점 만점의 수능에서 5%라면 25점의 차이가 난다. 25점이 차이가 나면 진학하는 학교가 바뀐다. 상위권 대학은 1~2점에 몇 백명이 왔다갔다하는데 25점이 하락하면 본인이 원하는 학교나 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시험긴장증을 가지는 학생들은 시험에 임하면 시험지가 하얗게 보인다는 말을 한다. 머리가 멍해지고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문제를 읽고서 지문을 읽으려고 하면 단어의 연결이 되지 않는 등 평소에는 풀이하는데 아무런 문제없던 일들이 시험장에 가면 나타나게 된다. 평소에도 가슴이 자주 두근거리거나 손발에 땀이 많은 사람들에게 시험긴장증이 잘 나타난다. 본인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내색을 하지만, 막상 시험이 닥치게 되면 그 긴장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시험긴장증은 태음인, 소음인, 소양인에게 모두 나타날 수 있다. 소양인에게서는 시험긴장증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혹시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음식을 바꾸고, 심호흡을 하며 안정을 취하고 주위사람들의 위로와 편안한 말 몇마디로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비교적 얼굴이 흰 태음인, 소음인에게서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 손발이 차고 장이 약해서 배가 자주 아프고 설사를 하며 아침에 잘 못일어난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대개 과민성대장염이 있는 경우가 많다. 날이 흐리면 몸이 더 무겁고 몸이 항상 개운하지 않다. 태음인들은 주로 어지러움, 가슴두근거림, 두통, 눈피로, 설사를 많이 호소한다. 이에 비해 소음인인 온몸의 몸살과 심한 피로, 소화불량, 설사를 호소한다. 설사하고 나면 복통은 줄어들지만 또 언제 신호가 와서 화장실로 가야할지 불안하다.

한의원에서는 한약으로 시험긴장증을 치료한다. 시험긴장증 환자들은 안에서 밖으로 나가야 하는 기운이 심장에 몰려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두근거림을 치료하고 안에 맺혀 있는 기운을 바깥으로 발산시켜주는 약재를 사용한다. 심장의 열로 인해 손발이 땀이 나므로 심장의 열을 식혀준다. 상하 순환의 부재로 위에 몰려 있는 습을 치료해야 설사를 하지 않으므로 이를 또 다스려준다. 시험긴장증은 한가지의 치료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의 복합적인 기전을 상하 순환관계로 풀어서 해결해야한다.

평소 담백한 음식으로 식생활을 조절하고, 심호흡을 천천히 하는 것도 시험긴장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 유제품, 인스턴트 음식들은 위에 자극을 주어서 시험긴장증과 과민한 대장에 좋지 않으므로 이를 삼가는 것이 좋다. 시험만 다가오면 긴장증으로 고생하는 학생이 있다면 서슴지 말고 치료하는 것이 좋다. 시험이 전부는 아니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을 고칠 수 있는 병 때문에 망치게 된다면 두고두고 후회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