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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독립운동의 성지, 망우리공원김영식 작가가 조명하는 망우리공원
김구철기자  |  news45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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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19  18: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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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주년 광복절 특집>-독립운동의 성지, 망우리공원

   
 

망우인문학자 김영식 작가가 조명하는 망우리공원

   
 

당신이 인터넷에서 파리의 여행코스를 검색한다면, 아마 공동묘지 페르라세즈가 포함된 일정표를 많이 보게 될 것이다. 그곳에 있는 쇼팽의 묘 사진을 SNS에 올리며 자랑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곳보다 더 좋은 곳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대다수다. 하물며 지역 주민도 그동안 산책만 했지 망우리 답사 프로그램에 참가한 후에야 비로소 가치를 깨달았다고 하니 아직도 홍보가 많이 부족한 상태다.

망우리공원은 60여명의 근현대 유명인사와 서민이 비문을 통해 시대의 스토리를 전해 주는 곳으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인문학공원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미 2016년에 인문학길 ‘사잇길’이 조성되었고 내년 10월에는 관리사무소 자리에 아름다운 새 건물이 들어서서 이곳을 찾는 많은 이에게 ‘망우의 공간’을 제공하게 된다.

시인 박인환, 소설가 계용묵, 극작가 함세덕, 화가 이인성, 이중섭, 조각가 권진규, 가수 차중락 등의 문화예술인, 종두법의 지석영, 정치가 조봉암, 그리고 한용운, 오세창, 문일평, 방정환 등 수많은 애국지사가 망우리공원이라는 한 장소에 모여 있다. 이러한 역사성과 장소성을 감안하여 문화재청은 한용운 묘역(2012)에 추가하여 2017년에 독립지사 8인의 묘역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한 바가 있다.

특히, 8․15 광복절을 기하여 독립운동에 초점을 맞춰보자면, 망우리공원에는 3․1운동과 관련된 독립지사가 열두 분이나 계시고, 남겨진 유의한 비석까지 합하면 모두 열일곱 분이 당시의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으며, 지도자들은 아니었지만 태극기를 들고 독립운동에 참여했을 터인 장삼이사의 서민(현재 약 7,300기)이 이곳에 함께 잠들어 있다. 많은 독립운동가가 계시는 현충원은 당연히 소중하지만, 당대의 이름 없는 서민도 함께 기릴 수 있는 곳은 아마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33인 중의 3인, 26인 중의 4인

1907년 결성된 13도창의군의 독립운동은 매우 의미가 깊다. 독립운동사에서 ‘거국적인’ 독립운동(투쟁)이 두 번 있었는데 하나는 비폭력 3·1운동이요, 또 하나는 바로 13도 전국에서 모인 연합의병의 일대 독립전쟁이었다. 13도창의군탑이 이곳에 하늘 높이 우뚝 서 있다. 군사장 허위는 대한민국장을 받은 최고의 독립지사인데 1966년에 동대문~청량리의 도로가 그의 호를 따서 왕산로로 명명되었다(현재 시조사~신설동 로터리). 그런 의미에서 이곳은 향후 의병공원 등으로 성역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3·1운동 기미독립선언 대표자 33인 중 세 분이 이곳에 있다. 불교계 대표 한용운, 천도교 대표 오세창, 그리고 기독교 대표 박희도가 바로 그들이다. 또한 33인에는 속하지 않았지만 이곳에 있는 김상용, 문일평, 방정환, 설의식, 오기만, 유상규, 이병홍, 장덕수, 조봉암 등도 3․1운동에 참여한 기록을 볼 수 있다.

또 한편으로, 3·1운동의 대표적 인물인 유관순 열사는 1920년 9월 28일에 옥사하여 이태원공동묘지에 비석도 없이 매장되었으나 이태원묘지가 없어지면서 열사의 묘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망우리공원에는 이태원공동묘지의 무연고 묘를 화장하여 뼛가루를 합장한 ‘이태원묘지 무연분묘 합장비(1936)’가 있다. 이 사실이 널리 알려져 마침내 작년 9월 유관순기념사업회가 새로 기념비를 세우는 등 이곳은 지금 열사를 가장 가깝게 추념할 수 있는 장소로 부각되었다. 내년이 유관순 열사 서거 100주년이다. 이에 맞춰 중랑구청은 묘역의 대대적인 정비를 계획하고 있다.

훈장 이야기로 독립운동에서의 망우리의 위상을 마무리한다. 독립지사의 최고 훈격이 대한민국장이다. 전체 31명 중 외국인을 제외하면 국민은 26명이다. 망우리에는 현재 만해 한용운 선생이 계시고, 도산공원으로 1973년 이장된 도산 안창호 선생은 원래 유언에 의해 제자 유상규 옆에 묻혔던 사연이 필자의 저서를 통해 밝혀져 구비석이 2016년에 원래 자리로 되돌아왔다. 13도창의군탑의 대표격인 왕산 허위에게 수여된 대한민국장은 탑의 왼편에 부조되어 있다. 그리고 올해 유관순 열사의 훈격이 독립장에서 대한민국장으로 격상되었다. 즉 대한민국장 수여자 네 분의 스토리를 만나고 기릴 수 있는 곳이 바로 망우리공원인 것이다.

 

망우리공원의 미래 - 구청장에게 바란다

 

망우리공원의 소중함을 인식하여 90년대 말에 공원에 연보비 15개가 세워졌지만 그 후 아쉽게도 오랫동안 구청 주관의 이렇다 할 사업이 없었다. 손을 놓고 있는 동안에 작곡가 채동선, 건축가 박길룡 등 몇몇 유명인사와 감동적인 서민의 비석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장되었고 지금도 이장의 위험이 잠재한 묘가 적지 않다. 문화유산의 보존이 시급한 상황이다.

류경기 구청장은 출마를 결심하고 처음으로 찾은 곳이 만해 선생의 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구청에 망우역사문화공원 조성 T/F 팀을 구성하고 각 분야 전문가를 모은 자문위원회를 발족하였다. 역사문화공원 조성 작업에는 구청 직원과 지역민의 공감이 불가결하다. 그래서 구청장을 비롯한 전직원은 필자나 문화원 해설사의 안내로 몇 번이나 망우리공원을 찾았고 이제는 지역을 이끄는 분들에 대한 안내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한다. 그리고 망우리공원 사이트 개설, 망우리문학제, 청소년 탐방 프로그램 운영, 망우리 인물 스톤아트 전시전(구청 로비. 올해 말까지) 등을 통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 다행으로 생각하는 것은 ‘영원한 기억봉사단’의 발족이다. 공원 내 묘지는 유명인사라고 해도 관리의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 통상 일 년에 한두 번 벌초를 하는데 참배객은 시기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훼손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유족의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을 돕기 위해 지역 봉사단체 및 개인이 묘역을 하나씩 맡아 가족처럼 돌보고 있다. 지역 주민 참여의 바람직한 문화유산 보존 활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가 아는 몇몇 유명인사의 유족은 이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필자 또한 망우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구청장과 직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몇 달 전 유럽 출장을 다녀온 류 구청장이 어느 행사장에서 이런 말을 했다.

“유럽 출장길에 몇몇 나라 묘지를 둘러봤는데, 절실히 느낀 것은 망우리가 훨씬 더 좋다는 것입니다. 멋진 경관, 울창한 숲속에서 산책을 하며 둘러볼 수 있는 묘지가 외국에는 없더라고요.”

그렇다. 벤치마킹이라는 말이 있다. 필자가 2014년 망우리공원 인문학길 조성 용역을 수행할 때 서울시로부터 외국 선진국의 사례를 넣어달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망우리공원에 관해서는 참고하고 배울만한, 즉 벤치마킹할 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여기는 그만큼 차별화된 우리만의 독창적인 장소인 것이다. 이는 향후 세계문화유산 등재시에 큰 장점으로 작용할 듯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필자의 눈에는 구청장의 인식이 아직 아래까지 철저히 침투되지 않는 부분이 보인다. 그래도 이만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으니 만해 선생에게 첫 인사를 올렸던 초심을 잃지 말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망우리공원에 대한 가일층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 지원을 부탁드린다.

 

 

 

 

 

김영식(金榮植, 57세), 작가·망우인문학자·한국내셔널트러스트 망우분과위원장

『그와 나 사이를 걷다-망우리 사잇길에서 읽는 인문학』(2009) 저자. 망우리공원 관련, 산림청장상(2012,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서울스토리텔러 대상(2013, 서울연구원) 수상. 중랑구 문화예술위원회, 지명위원회, 망우역사문화공원조성자문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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