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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작가의 망우리 이야기 - 12 낙이망우(樂以忘憂), 즐김으로써 근심을 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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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7.05  16: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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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중랑문화연구소(이사장 남화창) 이수종 이사의 전화를 받았다. 함께 중랑의 문화 발전을 위해 일하자는 제안에 필자는 기꺼이 참여하였다. 망우리공원 관련 공청회도 열고 망우인문학아카데미도 2회에 걸쳐 진행하였다. 지금은 함께하고 있지 못하지만 중랑구에서 가장 먼저 연락을 해 준 이수종 선생에게 감사드린다.

그때, 연구소에서는 격주 토요일 오전에 조운찬 경향신문 기자의 지도하에 함께 『논어』를 읽었는데, 필자는 논어 속의 ‘낙이망우’를 처음 접했다.

술이편 제18장에 이렇게 나온다. “發憤忘食 樂以忘憂 不知老之將至云爾(발분망식, 낙이망우, 부지노지장지운이).” (학문에) 열중하면 끼니도 잊고, (道를) 즐기면 근심을 잊어, 늙음이 닥쳐오는 것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전설로 내려오는 태조의 망우리 외로 ‘망우’는 논어에서도 근거를 찾게 되었다. 옛날의 선비에게 ‘낙이망우’는 상식이었다. 『망우동지』를 보면, 망우리 사는 남종백의 호가 낙이당(樂以堂)이었고, 1742년에 남치관은 이렇게 썼다. “…망우동이라는 이름을 하사받은 이래로 지금까지 300여 년이 흘렀다. …망우는 다르지만 잊었다는 것은 동일하다. 군자가 즐겁게 망우하는 것이 도를 즐기는 것(樂以忘憂 君子之所以樂道也)이니, 선조들이 우리 마을에서 망우한 데에도 분명 망우할 만한 것이 있었을 것이다.”

그 후, 2014년 서울시의 망우리공원 인문학길 용역보고서에 필자는 ‘사잇길’의 안내문 마지막에 낙이망우를 넣었고, 2015년 신축된 망우본동 복합청사 출입문의 위 창에 낙이망우가 새겨지게 되었으며, 관리사무소 자리에 2021년말에 신축되는 중랑망우공간도 설계공모시에는 ‘낙이망우’의 명칭으로 당선되었고, 망우리 고개의 교량(연육교)에도 ‘낙이망우’ 간판이 걸리게 되었다.

그런데, 교량의 낙이망우 로고 밑에 ‘근심을 잊어 즐거운 낙이망우’라고 적혀 있다. 이렇게 해석해 놓은 책도 있으니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대로는 망우인문학의 높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앞뒤 순서를 바꿔 해석해야 한다. 낙이망우는 ‘근심을 잊어 즐거운’ 것이 아니라, ‘즐김으로써 근심을 잊는다’는 말이다.

우리는 요즘 ‘즐기다’는 말을 많이 쓴다. 운동선수도 인터뷰에서 “시합을 즐기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즐김은 가장 높은 경지의 실력 발휘인데 즐김은 부단한 훈련을 통해 얻어지는 경지이다. ‘즐기다’의 사용법은 영어의 ‘enjoy’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사전 ‘enjoy’ 항목에 이런 예문이 나온다. “If you enjoy something, you find pleasure and satisfaction in doing it or experiencing it.(즐김으로써, 그것을 수행하거나 체험하는 동안에 기쁨과 만족을 얻는다)”

서양도 이러하지만 까마득한 옛날부터 동양에서는 이미 즐긴다는 것을 가장 높은 경지로 쳤다. 공부를 하면 知(지)가 생기고 그것을 좋아(好)하게 되어 마침내 끼니도 잊을 정도로 樂(낙)의 경지에 이르면 깨달음을 얻어 근심을 잊게 된다.

이성계는 근심의 원인이었던 묏자리를 점지하였기에 비로소 근심을 잊을 수 있었다. 잊고 싶어도 근심은 저절로 잊히지 않는다. 이성계는 장지를 찾아 돌아다니는 노력을 하고 마침내 장지를 찾았기에 망우하였다. 즉 망우라는 것은 부단한 수련, 독서나 명상 등의 행위를 거듭함으로써 어느 날 비로소 깨달음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망우리공원은 고인의 유택에 올라와 비명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을 생각하고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체험(樂)으로써(以) 깨달음을 얻어 비로소 속세의 근심을 잊는(忘憂), 낙이망우의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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