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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작가의 망우리 이야기-13 뉴트로(New Retro)의 중심, 중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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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7.16  1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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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대산문화재단의 교양계간지 《대산문화》의 원고 청탁을 받았다. <근대의 풍경>이라는 타이틀의 연재물인데 근대사의 보고 망우리공원이 주목받았던 것이다.

망우리공원은 25만 평의 너른 공간에 펼쳐진 울창한 숲속을 산책하며 곳곳에 있는 근대사의 인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일단 눈에 들어오는 봉분, 비석 등의 모양이 과거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나아가, 많은 비석에는 근대의 역사와 문화가 당대 최고의 지식인과 서예가의 글로 새겨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고인의 묘를 찾아와 묘역을 둘러보고 비문을 읽는 행위를 통해 다양한 근대의 풍경을 보고 읽는다. 공원 내를 한 바퀴 도는 도로만 해도 4.7km이니 그 어느 곳보다 넓고 깊은 ‘근대의 풍경’이다.

그렇다면, 망우리의 컨셉을 주변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방안을 우리는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테마파크까지는 아직 못하더라도, 망우리공원의 컨셉과 연결되는 거리, 즉 공원에서의 감동을 되새기며 즐길 수 있는 거리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공원에서 이중섭과 박인환을 보고 내려왔다면, 두 분이 술친구라고 하던데, 명동에 있었던 막걸리 집, 경상도집이나 은성집이 어디엔가 있으면 좋겠다. 얼큰 취하면 시 한 편 읊고, 「세월이 가면」 노래나 한 곡 뽑지. 소설가 계용묵 최학송 김말봉 김이석과 시인 김상용 등을 보고 내려왔다면 그들의 책이 놓인 카페에서 커피 한 잔에 시나 단편 하나쯤 읽고 싶다.

야구팬이라면 우리 야구의 선구자 이영민의 비석을 찾아보고 내려와 근대 야구의 역사가 사진으로 장식된 맥주 집에서 야구의 스토리를 나누고 싶을 것이고, 안창호와 한용운의 나라사랑에 감동하였다면 동료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그들의 숭고한 삶을 논하고 싶을 것이다.

나아가 중랑구 어디에 망우리 인물의 작은 기념관이 있다면 반드시 들러 나머지 공부를 하고 가슴 뿌듯한 충일감으로 근처의 식당을 찾아갈 것이다.

레트로(Retro, 복고)는 한순간의 유행이나 단순한 회상 취미가 아니다. 옛날이 그리운 것은 젊은 때가 그리운 것이 아니라, 지금은 메말라버린 그 시절의 순수, 열정, 이상, 사랑의 마음이 그립기 때문이다. 레트로 취미는 과거의 이상적인 순수한 모습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이다. 현실의 삶은 치열하여 고민도 많고 좌절도 실패도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과거에서 위안을 찾고 과거에서 미래의 이정표를 찾는다. 더구나 백 년 전의 근대는 지금의 시작이었기에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아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레트로 문화의 주체는 의외로 중장년이 아니라 청년층이다. 1956년의 이중섭, 박인환, 전혜린이 등장한 뮤지컬 「명동로망스」는 2015년 초연 이후 올해 세 번째 공연인데 연장공연(~7/25)까지 한다. 자신의 삶과 꿈에 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예술은 응답한다.

금란교회 건너편의 뒷길에서 작년부터인가 눈에 띈 ‘망우다방’이라는 곳에 처음 들어가 봤는데 역시나 간판만큼 주인 청년의 마인드가 예사롭지 않았다. 많은 청년들이 이 거리에 들어와 망우문화를 꽃피우길 바란다고 하였다.

이렇듯 망우리의 뉴트로 컨셉을 잘 살리기만 하면 중랑구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근대’의 차별성을 가진 문화도시가 될 수 있다. 중랑문화재단이 시리즈로 무대에 올리는 낭독극 <망우열전>도 매회 자리가 꽉 찬다고 하니 망우리공원은 경제적으로도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말 목장 앞(面牧)이었던 면목동을 제외하고 중랑구 전체가 망우리면이었다. 중랑구 내라면 지척지간 망우리의 적당한 인물, 스토리를 활용한 장소를 만들면 된다. 망우리의 감흥이 식지 않을 정도의 거리라면 어디든 괜찮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실제 거리가 아닌 마음의 거리이다. 마음으로 이중섭은 중랑구에게 머나먼 거리에 있었고 서귀포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과거에는 그러했지만 앞으로도 그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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