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이 많이 나는 것이 좋은가요?

구대한의원 양재원

바야흐로 무더위가 찾아왔다. 더운 날씨가 그다지 반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다. 땀은 흔히 알고 있는대로 우리 몸의 체온 중추가 높아진 체내 온도를 내리기 위한 생리적 작용이다. 즉, 지극히 정상적인 기전이 작동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주위를 살펴보면 남들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 있다. 식사를 같이 하게 되면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내느라 바쁘기까지 하다. 다른 사람과 달리 왜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일까?

땀은 크게 네 종류로 나뉜다. 더울 때 흘리는 땀, 밥먹을 때 흘리는 땀, 가만히 있는데도 흘리는 땀, 밤에 흘리는 땀. 첫 번째 더울 때 흘리는 땀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개는 한의학적으로 자한(自汗), 식한(食汗), 도한(盜汗)이라고 하여 기운이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땀이다. 가만히 있는데도 흘리는 자한(自汗)은 흔히 식은땀이라고 하여 질병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본인이 기운이 많이 떨어진 것을 자각하며, 땀이 굵은 땀방울 형태로 흘리는 것이 아니라 물이 새어 나오듯 흐르게 된다. 식한(食汗)은 밥먹을 때 흐르는 땀으로 몸이 많이 허약할 때는 찬밥을 먹는데도 불구하고 땀이 흐르게 되며, TV에서 나오는 고추장 선전을 보기만 해도 땀이 흐르기도 한다. 도한(盜汗)은 도둑 땀이라고 하여 밤에 잘 때 흘리는 땀이다. 자고 나면 옷과 머리 주위가 축축히 젖어 있으며 자고 일어나도 상쾌하지 않다. 여성들의 갱년기 때도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서 도한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면 처음에 이야기한 많이 흘리는 땀은 어디에 속할까? 단편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완전히 병리적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걸 정상으로 이야기할 수도 없다. 흔히 남들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체질은 사상의학적으로 태음인(太陰人)에 많다. 간열(肝熱)이 많은 태음인의 경우 조금만 더워도 땀을 줄줄 흘리게 된다. 남성의 경우 음주와 흡연이 잦은 얼굴이 약간 검고 붉은 빛을 띄는 사람에게 많으며, 대부분 알콜성 지방간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경우는 이 체질에 속한 경우 굳이 술이 먹지 않더라도 땀을 흘리게 된다. 특히 간열(肝熱)은 음주 뿐 아니라 육식이나 스트레스 등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 체격이 크고 살집이 많으며 밤에 발을 내놓고 잘 정도로 발에 열이 많다. 남자의 경우 얼굴이 검고 붉은 기운이 있으며 피부가 두텁고 땀구멍이 크다.

‘민간에서는 땀이 날 경우 황기(黃耆)를 달여 먹여라.’는 말이 있다. 이는 체질적으로 소음인(少陰人)에게 해당되는 것이지 위에서 설명한 간열(肝熱)이 많은 태음인(太陰人)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소음인의 땀과 태음인의 땀은 흘리는 양상에도 구별이 가능하다. 태음인에게 황기를 푹 삶아서 닭과 같이 먹여도 절대 땀이 멈추지 않는다. 태음인의 간열(肝熱)을 내리고 맑게 해주는 황금(黃芩), 갈근(葛根)을 쓰고 승마(升麻)라는 약재를 보조해서 간열(肝熱)이 많은 혈해(血海)를 보충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땀의 30~40%가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태음인은 땀이 나지 않으면 병이 생긴다. 그러므로, 완전히 땀을 마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생리적으로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할 정도로 땀을 줄여주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간열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열이 올라서 코피도 흐르고 머리카락이 땀에 흠뻑 젖으며 자주 화도 나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제대로 원인을 파악하여 치료하는 것이 좋다.

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 진액이 많이 부족하므로 한의학에서는 오미자(五味子), 맥문동(麥門冬), 인삼(人蔘) 등을 사용하여 여름철 진액부족에 많은 대비를 하였다. 땀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흘리는 사람들은 ‘누가 이런 것이 좋다더라.’는 말만을 듣지 말고 한의원에 내원하여 자신의 체질을 정확히 판별한 다음 처방을 받는 것이 좋겠다. 더운 여름 땀을 조금이라도 적게 흘려서 몸의 진액을 잘 보존하여 건강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